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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빌이의 베트남'사람하기]

10. 껌 한 통에 10,000, 자동차 한 대에 10억?

2010. 03. 05. 금요일
노매드 베트남 통신원
규빌 
www.kyubil.com
 


 

 

 

 

베트남의 화폐는 고액권부터 50만동, 20만동, 10만동, 5만동, 2만동, 1만동, 5천동, 1천동, 5백동, 2백동까지... 무려 10가지에 이른다. 동전은 5천동, 2천동, 1천동, 500동 등이 있으나 5천동 이하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주로 사용되는 것은 5천동 부터 10만동까지 지폐이며 1만 동과 5천동은 세옴, 택시택시 이용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니 최대한 지갑 속에 세이브 해 놓는 것이 좋다.  

 



지폐가 10가지

 

한편,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베트남의 경제성장에 따라 거래 단위가 커지면서 화폐가 인플레이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억’ 단위가 심심찮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1조의 천 배인 1경짜리 수표가 날아다닐 날이 멀지 않았다.  

이렇듯 화폐의 단위가 크다 보니 상거래에서 천 자리 이하는 생략하고 대화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250,000동(15,000원)Hai Muoi Lam Muoi Ngin 이지만 ‘1천’을 뜻하는 Ngin 을 생략하고 Hai Muoi Lam Muoi (하이 므어이 람 므어이) 라고 말한다. 어차피 베트남 화폐에서 1,000 자리 이하는 큰 의미가 없으므로 과감하게 ‘0’ 두 개를 잘라내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이루어 졌으면 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은 1,000원을 10원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화폐단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60년대에 10원을 1원으로 바꾼 적이 있듯이,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그에 맞도록 돈의 단위를 바꿔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환전소’ $100는 1,937,500동 입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0,000동을 100동으로 바꾼다면 9,900동 짜리 물건은 99동이 되어야 하지만 자연스럽게 100동(신권)이 되어 결과적으로 100동(구권)의 가격인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은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베트남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로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베트남의 모든 돈에는 호치민 주석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보통 화폐에 들어가는 초상화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위인의 얼굴로 결정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과감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모든 지폐에 ‘호’ 삼촌의 초상화

 

베트남 화폐에 그려진 호치민 주석의 초상화가 모든 국민에게 반가운 얼굴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 호치민 주석은 ‘악당’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베트남 전쟁으로 돌아 가보자. 우리나라처럼 ‘베트남 전쟁’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립하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전쟁이다. 깡패나라 미국은 왜 꼭 남의 나라에서 전쟁을 하는지 모르겠다.

베트남 전쟁에 승리한 후, 공산당의 급선무는 권력집중과 국민통합이었다. 이때, 호치민 주석은 전례 없는 리더십과 마케팅 기법들을 펼친다. 우선 교육을 중심으로 애국심과 존경심을 주입하면서 ‘호 삼촌’ (Bac Ho) 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여 국민들의 마음속에 ‘따듯하고 친근한 히어로’가 되었다. 이러한 리더십은 개몽운동을 거치면서 급속한 산업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 민족이 양분되어 싸운 전쟁인 만큼 남아있는 ‘적군’을 숙청하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베트콩 진영의 사람들은 높은 관직과 명예를 얻었으나 미국 편에 섰던 사람들은 총살을 당하거나 사회에서 퇴출되었다. 숙청을 당한 사람들과 그 자손에게 호치민 주석은 원수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실제로 공산당에 의해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잃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치민 주석을 ‘조상의 원수’라고 한다.

대부분의 유로화를 보면 초상화 대신 유명한 건물이나 관광지 또는 동물의 그림이 들어가 있다. 이는 프랑스의 영웅이 이탈리아에서는 악당으로 여겨지는 등의 역사적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 초상화 사용을 자제한다.

 

민주주의의 맹점이 소수의 의견이 묵살당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회주의에서는 다수의 의견도 큰소리를 내기 힘들다. 현재의 베트남은 비약적인 경제성장의 이면에 소외된 다수를 위한 포용책을 펼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호치민 주석은 베트남 발전의 초석을 쌓은 위인이지만 절치부심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고심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돈 이야기에 세금이 빠질 수 없다. 베트남의 세금은 정확히 ‘어마어마’ 하다. 자동차, 오토바이, 양주 등의 ‘사치품’에는 100%에 가까운 각종 직, 간접적 세금이 부가된다. 세 전 300만 원짜리 오토바이를 구입하려면 280만원 정도의 비용을 추가하여 580만원이 필요하다. 자동차 역시 가격의 두 배정도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160,000,000 동에 싸게 팝니다.

 

이렇듯 살인적인 세금이 부과되는 이유는 베트남 정부의 규제에 따른 결과이다. 베트남이 많이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이다. 물론, 경제정책은 공산주의를 떠나 시장경제체제를 따르고 있으나 ‘개인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베트남에서는 외국인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부동산의 경우, 5년 임대권, 영구 임대권과 같이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임대권은 마치 채권처럼 개인간의 거래가 가능하지만 이 역시 큰 형님들께 기름칠을 해 놓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적극적으로 거둔 세금은 어디에 쓰이는가? 현재의 베트남이 개발 도상국인 만큼, 열심히 거둬들인 세금으로 발전소, 고속도로 등 국가 기반시설을 확충하여 미래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파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어려운 국민들, 특히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복지 정책은 분명히 확충되어야 한다.

 



호치민, 강변의 빈민가

 

아직은 ‘분배의 정의’ 보다 국가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적절한 정책이라고 생각되지만 최소한 국가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은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복권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로또처럼 베트남 복권에 당첨되면 인생역전의 꿈이 실현된다. 하지만, 안드로메다급의 당첨률과 하루가 멀다 붉어져 나오는 조작의혹에 의해 ‘진짜 복권’의 인기는 생각만큼 좋지 않다.

 



안드로메다 복권사세요.

 

되지도 않는 복권에 지친 ‘동네 이모’들이 신성한 미용실에서 개발한 복권놀이가 있었으니... 매일 3회 발표되는 복권번호의 뒷자리 2개, 3개 등으로 배팅을 하고 번호가 맞으면 50만 동에서 크게는 2천만 동까지 가능한 복권놀이가 있다. 복권놀이는 경찰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어 음성적으로 행해 지지만 우리 동네 이모들은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다니면서 배팅을 한다.

 

 

본 우원은 다년간의 주침야활(?寢夜活)에 의한 후유증으로 매일 밤 11시, 위장을 채우지 않으면 악몽에 시달린다. 벤탄시장 근처에서 2개월 정도 머무르던 때... 매일 밤, 노점에서 국수를 들이키고 있으면 껌을 팔러 오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사주면 지는 거다’,  ‘어차피 기업형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무시하던 3일째 날. 묘연한 마음이 들어 말을 붙여 보았다.

 

“Em an com chua?” (너 밥 먹었니?)

“Chua…” (아직...)

 

정확히 52초 만에 국수를 뚝딱 해치운 13세 Ly.

Ly는 사이공 강변의 수상 판자촌에 산다. 부모님을 사고로 여의고 25명의 친구들과 지내며, 싸움 잘하는 왕초를 만난 덕에 벤탄시장에서 껌을 팔 수 있었다. 껌 한 박스를 다 팔면 20,000동(1,200원)을 받는다. 앙상한 팔뚝을 보면서 ‘이 나라, 사회주의가 맞나?’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매일 밤 11시 이곳에 오면 내가 국수를 쏘겠다.”

물론 나쁜 사람도 있고 ‘기업형 앵벌이’도 많이 있다. 하지만, 물가 싼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절약되는 돈으로 어려운 이들의 껌 한 통 팔아주는 센스를 가진다면 ‘코리안’의 격을 높이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한다.

 

‘베트남 사람하기’를 거듭할수록 걱정과 근심이 늘어간다. 당초, 베트남의 생활상을 담은 즐거운 내용으로 시작했으나 점점 ‘베트남 걱정하기’가 되어가는 듯한 생각이 든다.

베트남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면서, 나는 한국인으로서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과 함께,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에서 ‘의미’있는 일을 해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규일 이규일 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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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yubil